본문 바로가기
그 여자/책

흐르는 강물처럼 : 셸리 리드

by 쏘깡 2024. 7. 9.
반응형

소설이 읽고 싶은 시간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오곤 한다. 개인적으로 현실적인 문제들로 머리가 아프던 시기, 소설으로나마 따뜻함과 감동으로 마음의 울림을 얻고 싶었던 최근에 만나게 된 책은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이다.
 
"틀림없이 명작이 될 것이고, 전 세계의 북클럽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고, 라디오와 스크린에서 리뷰되며 사랑받을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던 출판 관계자들의 편지와 이미 애독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나의 기대감을 높였다. 책의 두께가 있는 편이라 읽는 속도가 더디진 않을까 싶었는데 술술 읽히는 문체에 빠져드는 스토리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 금방 읽는 것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자연을 묘사하는 문체는 힘을 뺀 듯 무심해 보였지만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묘사하기엔 충분했다. 지금은 저수지가 된 물 속에서 조용히 잊힌 마을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온 '윌슨 문'. 결코 서두르거나 초조해하는 법이 없었고,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 하나에도 경탄했던 사람. 왜 그 당시 사람들은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도 잔인하게 차별하고 밀어냈어야만 하는 것일까. 잔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윌슨문'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빅토리아'의 모습을 보며 읽는 내내 서글퍼졌다. 
 
엄마, 이모의 아들(큰 오빠), 이모의 죽음으로 집 안에 의지할 이 없이 무뚝뚝한 아빠, 전쟁에서의 상처로 불구가 되었으며 냉소적으로 변한 이모부, 사고뭉치 남동생의 끼니와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했던 단 한 명뿐인 집안의 여자로서 그저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야만 했던 빅토리아가, 윌슨문을 만나 변하기 시작한다. 윌슨문과 사랑에 빠지고, 윌슨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홀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홀로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출산을 하고, 후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아버지가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관리했던 복숭아 농장을 다시 살려내는 모습까지 함께 하며 강인하고 단단해지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함께 용기를 얻었다. 
 
소설인 줄 알면서도 안달이 났던 포인트는.
 
홀로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를 낳으며 큰 위기는 넘기는 듯 하였지만, 출산 후 아이를 배불리 먹이고, 편안한 환경에서 키울 수 없었음에 피크닉 중이던 다른 가족의 차에 아이를 놓고 오던 그 상황ㅠㅠ 후에도 아이를 그리워하며 생활해 나가는 빅토리아에 감정 이입해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해했다. 
 
사람들의 무지한 편견 때문에 죄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윌슨 문.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라고 가정할 수록 별 것도 아닌 이유로 파탄난 사랑과 가정을 생각하니 사람들의 그 잔인함에 그저 슬퍼지고 무기력해졌다.
 
그러나 가정을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지.
내가 원하는대로만 흘러가게할 수 있는 인생이 아니니깐.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야하는 이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