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유 없는 결핍에 대한 해답
“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핍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이 끊임없는 결핍감의 뿌리는 무엇일까.’ 나는 일과 사랑과 가족, 내가 꿈꾸던 많은 것을 이미 가졌는데 자꾸만 뭔가 치명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인생에서 결핍된 무언가 때문에 끊임없이 헤매왔다....엉뚱하게도 나는 해답을 낯선 도시의 미술관에서 찾았다.”
책의 프롤로그를 읽고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또한 이 책의 저자와 같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항상 예술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삶이 무기력하거나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전시회, 미술관, 콘서트 등으로 미술과 음악을 찾아 어슬렁거렸다. 미술과 음악은 나에게 여행과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찾는 이유, 낯선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나를 얽매고 있었던 지루하고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라도 찾은 미술과 음악은 나에게 여행 중 느낄법한 여유와 만족감을 제공해 주었다. 언제나 미술과 음악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는 없었기에 차선책으로 미술책과 음악책을 찾았다. 점점 예술책들이 쌓여갔다. 어찌 되었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방식으로 나 또한‘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핌감’을 채우기 위한 방법을 항상 찾아 왔다는 것이다.
2.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
10년 전 여름의 어느 날들, 나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에 있었다. 파리 여행 코스를 계획하는 데에 있어 미술관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종일권을 끊어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그림과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 예술 작품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아, 공부 좀 하고 와서 볼걸’ 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눈은 작품에 고정되어 있었으나 머리는 딴 생각으로 가득 찼다. 다시 말해, 나는 미술작품을 온 감각으로 즐기기는커녕 과거에 하지 못한 공부를 후회했다.
그래도 미술관에 왔으니 뭔가는 해야 한다는 집착에 마음만 조급해서는 유명한 작품들을 의무감에 훑었던 나를 기억한다.당연한 일이지만 슬프게도 마음에는 어떤 울림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 나에게 파리에서 뭘 하고 왔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해야 할 터이니 유명한 작품들을 줄줄이 뱉어낼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림의 이름을 외웠다.
그 후로도 오랜 시간 나의 고정관념 속에는 미술은 ‘공부를 해야 보이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박혀있었다. 파리에서의 감상 실패의 탓을 공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돌렸다. 그리고 기대했다. 공부를 하면 언제든 미술 작품을 온 감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환상에 젖은 기대였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완전히 새로운 답을 얻었다.
3.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
예술작품은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는 것이다.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순간들에 집중하고, 또 강렬하게 소통하고, 그로써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느끼고 싶어 조금씩 음미하며 그림을 보고 글을 읽었다. 왠지 모르게 말랑말랑해지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에 읽는 내내 행복했고, 풍요로웠다. 많은 그림 중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그림을 내 사진첩에 담았다. 다양한 그림들이 담겼지만 특히 달리의 '창가의 소녀'라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다녀왔던 '빛의 시어터' 전시회에서 관람을 하고 달리의 '창가의 소녀' 작품을 담은 포토카드를 사왔었다. 그 포토카드를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이 책에서 다시 같은 그림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책을 읽고 나니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평범해 보이는 인생이 더욱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찾아내는 '틈'과 '여유'라고 생각한다. 그저 하루하루해야 할 일에만 사로잡혀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의무'와 '책임'에만 쏟는 일은 너무도 지루하지 않은가. 일에만 얽매이는 일종의 집착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예술로 나의 '틈'과 '여유'를 채울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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