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의 이야기
1) 아이 둘 키우다 보니 계절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 전문가가 되어 가더라고요. ‘아 이맘때면 아플 때가 됐을지도 모르겠’하는 이상한 감도 생기고요. 이 이상한 감이 현실이 되어 아이가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밤새도록 열을 재고, 해열제를 주고, 물수건으로 닦고 또 닦고, 한번 열이 나면 하루로 끝나는 일이 아니니 열이 내리는 순간까지 며칠 밤을 이 과정을 반복해야 했어요. 이렇게 조마조마 보낸 시간들이 벌써 여러 번 흘러 나름의 경험이 쌓인듯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이런 상황이 오면 많이 긴장이 되곤 해요. 이런 긴장감 속에는 밤중에 혹여나 상태가 나빠지면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것, 응급실에 간다해도 진료를 보기까지 험난한 과정일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 밤만 잘 버티면 다음날 새벽같이
소아과로 오픈런하여 번호표를 뽑을 수 있으니 아침이 오기만를 기다릴 뿐이에요.
그렇기에 현재 만4세, 3세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놓치고 싶지 않지만 아파서 조마조마하는 날들에는
그냥 빨리 컸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2) 둘째 아이가 100일도 되기 전이었어요. 열이 나기 시작하고, 분유도 먹는대로 다 토해내던 밤. 아직 너무 어린 아이이기도 했지만, 비의료인이기에 나는 잘 모른다는 자신감 부족과 워낙에 많은 겁까지 한 몫하여 말도 안 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덜덜떨며 응급실로 향했던 것 같아요. 응급실에 들어선 순간 이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했지만 당연히 바로 진료를 볼 수는 없었어요. 힘이 빠져 칭얼대지고 못하고 축 쳐져있는 아이를 안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대기 명단에는 여전히 이름도 뜨지 않았고요. 오랜 시간 기다려서 드디어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입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음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렸던 것 같아요.
2. 책 속 작가님의 이야기
의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 ‘이주영’님도 딸의 팔 골절로 엄마로서 응급실을 찾았던 날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던져요.
“너무 많은 가능성과 위험과 기회비용의 선택지들 사이에서 숨 가쁘게 흘러가는 것이 의료진의 시간이라면, 다른 한쪽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함과 끝을 알 수 없는 느림을 견뎌야 하는 환자의 시간이 있었다. 당사자가 되고 보니 어느 쪽도 감히 쉽다고 말할 수 없고, 어느 쪽도 차마 하찮다 여기기 어렵다.”
”응급실 한구석에 앉아 그 모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상대방의 속도와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 조금만 더 서로를 오래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면 좋을 텐데.”
3. 책을 읽은 후
작가님이 의사로서 전달해주시는 메시지를 통해 의료진들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생각보다 의사로서의 고충 또한 정말 크겠구나 싶어 놀랐고요.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의사들이 제도적 안정과 환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답답하고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없도록, 자부심을 가지고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는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의 회복, 외부적으로는 적절한 제도와 자원을 통해 아이들도, 부모들도, 의료진들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의료 환경이 보장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작가님이 엄마이자 의사로서 전해주시는 메시지를 통해 엄마로서 아이가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와 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어쩌면 아이가 아플 때마다 아이보다도 더 불안해하던 저의 감정과 태도를 되돌아보니 부끄러워지네요.
”괜찮아. 우리는 이 상황을 함께 잘 해결할 수 있어. 다 잘 될 거야.“ 꼭 안심을 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저는 읽는 내내 여러번 울컥했네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지금의 상황을 알고 함께 더 나은 의료환경을 위해 노력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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