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 여자/책

여자의 미술관-정하윤

by 쏘깡 2024. 1. 20.
반응형

 

"여자의 미술관" 책을 처음 만나고!

 

빨간 색감의 쨍한 표지에 그냥 미술관도 아니고 '여자의 미술관'이라니요!
책의 겉표지와 제목부터 저의 마음을 끄는 책이었어요. 그리고 겉표지에 수록된 그림 또한 왠지 모르게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기대와 설렘 가득 안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결혼 생활, 직장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가고, 평범함이 가끔은 무료함으로 느껴지는 일상이 반복되어서 일까요?

저의 삶을 조금 더 생기있게, 혹은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미술관에 가고 싶은 욕구, 미술 작품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욕구, 클래식을 듣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 피아노나 기타와 같은 악기 하나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 등으로 표출되곤 했어요.

 

미술의 경우는 매일매일 미술관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미술책을 여럿 접해보기 시작했어요. '방구석 미술관',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과 같은 미술책을 하나둘씩 접하면서 조금씩 미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더라고요. 여전히 잘은 모르지만 예술 책들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작품을 지면으로나마 접하고 그저 있는 대로 감정을 느껴보는 경험, 그리고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깊이 이해해보는 경험 등을 통해 삶이 더 풍요로워지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서문"부터 마음을 빼앗기다.

 

책을 펴자마자 마주한 서문부터 바로 마음을 더 빼앗겨 버렸어요. 미술이라는 분야도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주류 미술사에서 소외된 여성 미술가들이 정말 많다고 해요.

 

"사라진 여성 미술가가 그토록 많다는데에, 그렇게 좋은 작품을 남겼다는 것에 놀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님은 여성 미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만 억울하고, 나만 방황하고, 나만 슬픈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고 해요. 또 여성 미술가들이 비록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어도, 끝내 멋진 작품을 남겼다는 점에 자부심과 통쾌함도 느꼈다고 하고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런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하네요.


 목차를 통해 살펴보는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

 

1)나의 고통은 예술이 된다

프리다 칼로(평생의 고통 속에서도 삶이여, 만세!), 쿠사마 야요이(두려움을 바로 보는 용기가 필요해), 니키 드 생팔(고정관념과 그릇된 권력을 향해 쏴라!)

 

2) 오늘도 그저 '나'로 살아갈 뿐

조지아 오키프(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조지아 오키프입니다.), 오노 요코(아내, 엄마, 며느리가 아닌 '나'로 살다), 마리 로랑생(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소니아 들로네(한 팀으로서의 부부, 가정이라는 공동체), 생트 오를랑(난 아름다워지기 위해 성형하는 게 아니다.)

 

3) 엄마, 그 깊고 무거운 존재에 대하여

루이스 부르주아(우리 엄마는 거미입니다.), 정찬영('일하는 엄마'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이성자(자식을 책임지기 위해 붓을 들었다.)

 

4) 한계를 거부하며 나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다

힐마 아프 클린트(아무도 나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케테 콜비츠(절망 속에 나를 버려둘 수 없다.), 메리앤 노스(초록 식물의 경이로운 세계를 그리다.), 정강자(억압받고 유린당한 여인들의 비상을 꿈꾸다.)

 


하나의 예시, 프리다 칼로

 

책의 첫 주인공으로 등장한 '프리다 칼로'를 제외 하고는 사실 전부 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 꽤나 충격이었어요. 미술에 워낙 문외한이기도 했고, 특히나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을 다루는 책이다 보니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학창시절 교과서에는 근현대 미술보다 더 오래 전 시대의 화가들이 등장했던 것 같거든요.) 인상 깊었던 화가들의 사연과 그림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프리다 칼로에 대한 이야기만 간단히 언급해 보려고 해요.

 

프리다 칼로는 '고통의 아이콘'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앓았던 '척추 기형', 심각한 교통사고로 인한 서른 번이 넘는 수술, 여성 편력이 심한 사람과의 결혼, 여러 차례의 유산과 그 시기에 맞물려 겪게된 엄마의 죽음, 그리고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에서 비롯된 남편과의 파경. 사건들을 담백하게만 나열해도 너무 끔찍하죠.. 여러 차례의 수술로 약물로 고통을 진정시키며 지내야 했던 날들, 병상에만 누워 있어야만 했던 날들로 인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프리다 칼로는 침대에 누운 그대로의 상태라도 전시회에 참여했고, 침상에 눕거나 휠체어에 앉아서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는 열정을 보였답니다. 그리고 평생의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그녀의 그림에 꾹꾹 새겨 넣은 문구가 바로 "삶이여, 만세!"라고 해요. 

 

자신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하고, 강하고 멋지게 뚫고 지나간 프리다를 보며 나 또한 인생을 살아 낼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마지막 정리, 한줄평

열 다섯명의 근현대 여성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관한 이해하기 쉬운 조곤조곤한 설명이 돋보이는,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 그리고 책의 내지도 반짝반짝 코팅되어 있다는 사실. (미술책이라면 중요한 부분 아닌가요? ㅎㅎ)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이 되는 책이에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