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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책

책리뷰 : 채링크로스 84번

by 쏘깡 202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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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읽게 된 계기

내 기준에 책의 색감도 디자인도 너무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냥 끌리듯 책을 샀다.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책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항상 책상에 올려 놓고 뿌듯하게 보며 시간을 보내던 와중 어느날 너무 일찍 잠들어 버린 탓에 엉뚱하게도 너무 이른 새벽 시간에 정신이 번쩍, 잠에서 깨 버렸다. 덕분에 진정한 새벽독서를 하게 되었다.
 

2. 책의 줄거리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채링크로스 84번지에 있는 헌책방 주인 프랭크와 성공하지 못한 미국의 희곡작가 헬렌한프가 책방주인과 책 구매자로서 주고받은 20년간의 편지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그저 모아져 있다.
두 사람의 책에 대한 대단한 진심과 애정이 시공간을 초월한 우정과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구하기 힘든 희귀한 책을 찾는 구매자의 간절함과, 그 간절함과 책을 소중히 여기는 자의 마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책을 찾아 보내주는 헌책방 주인의 모습에서 따스함과 인간 사이의 은은한 정을 느꼈다.
단순히 책과 대금만 주고 받는 대화 이외에도 따뜻한 장면이 또 있다. 프랭크와 헬렌이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한 시점은 시대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안 지났을 때이다. 생필품이 부족한 영국사람들이 배급되는 식량에 의존하여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고 헬렌 한프가 먹거리를 보내준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프랭크는 감사편지와 직접 수놓은 식탁보를 선물한다.
 

3. 책을 읽고 느낀점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다루는 주제는 다를지라도, 시대적 배경이 1940년대로 같고,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편지로만 내용이 구성되어있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연 설명 없이 주고 받은 편지 글만 읽고도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신선했다. 편지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몰입해서 읽었다. 강한 임팩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하게 느껴지는 평범함. 일상적이지만 충분히 따뜻한 그 분위기가 좋았다. 나 또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원하는 책을 받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헬렌의 모습을 공감할 수 있었고, 함께 기쁨과 행복함을 느꼈다. 채링크로스 84번지에도 가보고 싶다. 영국의 헌 책방은 어떤 느낌을 지니고 있을까. 책에서 만난 장소를 실제로 마주한다면 느껴질 벅차오름과 설렘이 벌써부터 느껴지는 듯 하다.
 

4. 마음에 들었던 문장들

 

1) 이걸 제가 소유한다는 사실에 살짝 죄책감마저 들어요.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는 영국 어느 시골 가정의 소나무 책장에나 어울릴 만한 품격이에요. 이 책은 벽난로 옆에 놓인 가죽 안락 의자에서 읽어 야 제격이지 이런 누추한 단칸방의 다 망가진 적갈색 장식벽 앞에 놓인 중고 침대 겸용 소파에서 읽을 것이 아니에요.(p34-35)

 

2)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 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50p)

3)이 아름다운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술과 담뱃재 로 더럽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저 같은 사람이 소유하기에는 너무나 고상한 책입니다. (51p)
 
4) 가장 애교 넘치는 부분에서 자꾸만 펼쳐지는 것이 마치 전 주인의 유령이 내가 읽어본 적 없는 것을 짚어주는 듯하답니다. (90p)
 
5) 제가 보낸 것은 일주일이면 싹 먹어치우고 설날이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제가 받은 것은 죽는 날까지 간직했다가 누군가 그것을 아껴줄 이에게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그런 선물이잖아요. 저는 앞으로 태어날 애서가들을 위하여 최고의 구절들마다 연필로 살그머니 표시를 남겨둘 생각이에요. (91p)

 

 

이 문구들을 다시 한 번 읽으니 책에 대한 애정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이러한 바람으로 리뷰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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