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이유와 그때마다 하는 것을 자세히 말해주세요.
고민도 하지 않고 가을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기온이 주는 상쾌함, 가을이라는 계절 자체가 풍기는 고요함, 적막함, 쓸쓸함이 좋다. 하나둘씩 물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 덕분에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들의 많은 부분이 빨강, 노랑의 색들로 가득 차기 시작할 때, 그것도 단 하나의 빨강, 노랑이 아니라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빨강과 노랑, 쨍한 색감의 선명한 빨강과 노랑, 갈색을 닮은 빨강, 조금 더 중후한 노랑, 상큼함이 가득한 레몬색 노랑, 푸르스름한 노랑 등 다양함을 보여 주기에 더 풍부하게 즐기며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자연이 마지막으로 주는 감상과 정리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가을. 난 가을이 오면 사찰에 가곤 한다. 사찰이라는 장소가 주는 특별한 평온함과 가을의 고요함은 정말 찰떡궁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들렀던 사찰을 떠올려본다. 천천히 걸으며 사찰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가을의 선물이자 상징인 단풍을 원 없이 느껴볼 수 있다. 빼곡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올려다보면 자기만의 개성을 자랑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단풍잎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한발 한발 내딛는 나의 발 밑에는 이미 무르익어 떨어져 버린 낙엽들이 나아갈 길을 푹신푹신하게 만들어준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흙과 낙엽이 만드는 조화가 포근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바닥으로 떨어진 지 얼마 안 되어 흙과 친해지지 못한 탓 낙엽들도 보인다. 대지로 돌아가지 못한 마른 낙엽이 바람에 뒹구르르 구르는 소리, 마른 잎이 나의 발을 스치며 내는 바스락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본다.
Q2. 새로운 계절, 새로운 사람, 새로운 공간,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여야 할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나요?
겁이 많은 나에게 새로움이란 항상 환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새로움을 마냥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마음 속 한 켠에 숨어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호기심, 도전 의식 때문이다. 새로움을 접하는 일에 처음에는 경계태세를 갖추긴 할지라도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상황을 피해버리진 않는다. 곁눈질하며 조금씩 알아보고 나만의 방법으로 적응해간다. 어느 순간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그땐 과감히 받아들인다. 즉, 처음엔 신중한 사람, 마지막엔 과감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나는 언제나 열려 있다.
Q3. 지금 인생이 재밌나요? 지루하나요? 하나를 선택하고 이유를 적어보세요.
지금 나의 인생은 지루하지만 재미있다. 하나의 답을 선택하고 싶지만 선택할 수가 없다. 딱 하나의 답으로 대답하기에는 내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굳이 정리해 보자면 지루한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추구하고 따라왔다. 정기적으로 일정한 양의 고정 수입을 받는데 수입은 딱 먹고살고 적당히 즐기기에 필요한 만큼이다.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보통의 사람보다 이른 퇴근 시간 덕분에 저녁시간은 온전히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다.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주말 또한 최대한 많은 장소를 여행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충실히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지금의 인생이 재미있다고 표현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대목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안정적인 직업이 주는 편안함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관심 분야가 다양해졌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늘어나다보니 고정된 틀에서 해야 하는 정해진 일 말고 자유, 다양성, 창의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다면 보람과 뿌듯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로는 더 많은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가족들, 특히 아이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 가끔 주변사람들에게 ‘과한 욕심이다’,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지금 네 직장이 얼마나 좋은데’와 같은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이러한 꿈이 있다는 것 자체가 주는 활력이 분명히 있다. 현실을 최대한 즐기되 계속해서 꿈꾸고 노력할 것이다.
4.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변해갔으면 좋겠나요? (결핍을 떠올리며 적어보아요.)
사소한 것에 아등바등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여유롭고 넓은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부드럽지만 강철같이 단단한 내면을 가진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눈치 보는 삶에서 벗어나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싶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빛내며 현재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냄으로써 자연스럽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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