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재주
사람이라면 재주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재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에 재주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알아갈 때, 나에 게 그들의 이름은 그저 하나의 단어로만 오지 않는다. 그 사람의 눈빛, 미소, 말투, 풍기는 느낌, 나누었던 대화,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 모든 것이 합쳐진 하나의 이미지가 이름과 함께 온다. 이미지와 함께하는 이름은 생각보다 꽤 오래 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이런 재주가 더욱 더 빛을 발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나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일지라도 잊지 않고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이름에 깃든 많은 추억을 오 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나의 사소하 지만 특별한 재능을 사랑한다. 생각해 보면 이 러한 재주는 비단 사람들의 이름에만 한정되 지는 않는 듯하다. 다녀갔던 공간, 인상 깊게 접했던 책과 영화. 내가 애정 어린 관심을 주 는 만큼 모든 것은 하나의 소중한 '이름'으로 나에게 오래도록 남는다.
2. 어른이 되는 일
철없던 십 대 시절이 생각난다. 흔히 성인이라 고 일컫는 스무 살이 되면 나는 당연히 어른 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스무 살을 훌쩍 넘어 서른 중턱에 있다. 결혼을 했고, 아 이 둘과 함께 하게 되었다. '사전적 의미'로서 다 자란 사람, 나이가 높은 윗사람을 의미하는 어른임에는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 같으나 자 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가 많 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과 같이 주관적인 판단을 요하는 정의가 내 앞에 놓이면 고민스러워진다. '스무살=성인'이라는 나의 확신에 가까웠던 예상과는 다르게 나는 여전 히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사 사로운 것을 신경 쓰는 일에 마음을 어지럽히 지 않는 사람,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이 넓어 인내치가 높은 사람, 자신의 길을 존중하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리하여 아름다운, 그리고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이 되어 나의 아이들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나의 인생 목표이다.
3. 2023년을 마무리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의 무기이다. 나는 항상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2023 년을 시작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책을 읽고 싶었다. 영어, 스페인어, 불어까지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었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균형 있는 몸을 갖고 싶었다. 보다 나은 아내, 엄마, 딸이 되고 싶었다.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꾸준 히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의 새해 다짐이자 목표였다. 더불어 내가 지금껏 일상이라고 부 르던, 어쩌면 당연하고 평범한 시간을 꽉 차게 살아내는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새롭고, 파격 적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도전을 하고 싶었 다. 정해진 길이 평생 내가 걸어갈 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길을 찾고 조금씩 탐 색해 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인생, 나의 시간을 사랑한다. 목표한 대로 난 충분히 잘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 나갈 것을 믿기에 하루하루를 기쁘게 맞이한다.
4. 미래의 나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40대 중반의 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꿈꿔왔던, 작지만 감각 있는 공간의 책 방이 생겼다.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온 알록달록 귀여운 동화책들이 책장에 꽂혀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과 에세이도 가득하다. 책을 보러 전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 는다. 책읽기라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모여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외국어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동화책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을 받는 대상은 전연령에 걸쳐 있다. 함께 웃고 배우며 보내는 시간들이 보람차고 소중하다. 종종 가족들과 여행을 간다. 여행 중 찍은 사진과 함께 나의 생각과 느 낌을 담은 에세이를 집필 중이다. 가족들은 건강하고 에너지 넘친다. 신랑과 나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일상이 편안하고 아름답다. 우리의 관계는 보다 두텁고 신뢰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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