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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책

어린이의 말

by 쏘깡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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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로서의 나의 삶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나의 아이들이 가장 소중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몰랐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보다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소중하기에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를 대하며, 아이가 나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오로지 기쁨과 행복 등의 긍정적인 것들이기를 원했다. 항상 우아하고 교양 있는, 화내거나 흥분하지 않는 모습의 엄마가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 속에서 나의 바람과 의지는 자주 꺾이곤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연예인이 했던 말인데 너무 공감했던 말이 있다. "육아는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계속해서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만 뛰라고 했지.", "동생 그만 때리라고 했지!", "엄마가 몇 번을 말해!" 등등의 잔소리가 너무나도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를 통해 입 밖으로 통과될 때면 순간적으로 화나는 마음에 당장 화를 내는 행위를 멈추지는 못하면서도 속으로는 "아, 또 화를 내버렸구나. 아이가 상처를 받았으면 어떡하지?" 하는 나에 대한 원망과  아이들이 잠든 후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천사 같은 모습을 보면 "왜 좀 더 이성적이지 못했나"하는 미안함과 자괴감은 더욱 치솟는다. 그저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엄마마저 어려운 사람이면 안 되는데, 억센 엄마의 모습에 태어났음을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2. 책 내용의 일부

책에서 언급된 사노 요코의 동화 <태어난 아이>에서 주인공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 우주를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아픔도, 무서움도, 고통도, 기쁨도 느끼지 않는 평안의 상태이다. 그러던 중 지구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가 아프다고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모습, 엄마가 금세 달려와 아이에게 약을 발라 주고 예쁜 반창고를 붙여주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태어나기로 한다.
 
2-1. 책속 문장들
-태어나지 않아서 무서움도, 아픔도, 간지러움도, 반가움도, 기쁨도 느끼지 않던 아이는 드디어 태어난다. 반창고가 붙이고 싶어서. (77p)
 
-세계는 낯설고 위협적이고 통제 불가능하며 인간은 유약하다. 사는 내내 고통이 따르는 건 필연이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굳이 그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쓰린 상처를 감싸는 반창고를 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통을 무화 시키는 저 강력한 것은 무엇인가. 알고 싶고 갖고 싶은 욕망이,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태어나게 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78p)
 
이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3. 책을 읽은 후 느낀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공감할 부분이 정말 많았다. 공감이 된 부분을 하나하나 다 언급하면 글을 끝낼 수 없을 것 같다. 평소에 아이들을 대하며 느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어린이도, 이 책도 모두 순수하고, 아름답고,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빛이 나는지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어린이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인지했다. 책을 덮은 후 아이들을 보니 이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약하지만 강한 어린이, 때때로 어른을 훌륭하게 가르치고 있는 소중한 어린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도 아이들의 세계는 위대하고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지켜주겠다고,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겠다고, 최대한 친절하게 아이들을 대하겠다고, 작고 여리다고 내 마음대로 예단하지 않겠다고, 믿고 기다려 보겠다고, 항상 응원하고 축복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아, 그리고 마지마그로 책 속에 등장한 다양한 책과 영화에 대한 흥미도 생겼다. 인용된 내용과 문장들도 인상적이었다. 한번쯤 찾아서 읽고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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